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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10년 일기장

by bega12 2020.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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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성인이 된 후에도 꾸준히 썼다.

13년 전에 친구에게서 첫 번째 10년 일기장을 선물 받았었다.

꾸준히 일기를 쓰는 습관이 있던 그 친구도 지인에게 10년 일기장을 선물 받고는 내 생일에 10년 일기장을 선물해줬다.

10년 일기장이라는 게 생소했던 나는 그저 신기했다.

백과사전 수준의 두툼한 두께.. 

 

 

10년 동안 매년 같은 날의 일기를 같은 페이지에 써 내려갈 수 있는 공간..

매달 첫 장은 1~31일까지 가로 31줄과 함께 10년의 세로  10줄이 만들어진 작은 칸들로 채워져 있다.

거기엔 간단한 메모를 기입할 수 있는 페이지가 있다.

 

처음 10년 일기장에 일기를 작성할 때는 과연 내가 10년을 채워 나갈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꾸준히 일기를 써왔지만 매일 쓰는 것도 아니었고

일기를 한번 쓰면 장황하게 길~게 써 내려가던 내가 과연 저 작은 칸에 모두 쏟아낼 수(?) 있을 지도 걱정이었다.

10년 동안 일기장이 헤지지 않고 튼튼하게 버틸 수 있을 것인가.. 도 걱정이었다.

 

사람은 적응하게 되는 법..

일기장에 좀 더 내 일과를, 생각과 감정을 담아내기 위해 내 글씨는 작아졌다.

일기장에 더 많이 쏟아내고 싶을 때는 해당 칸외에 추가로 위아래 빈칸들(지난 년도, 다음 연도에 해당하는 칸들)을 빌려서 꽉꽉 채워 나갔다.

어차피 10년 동안 동일한 날짜의 일기를 매번 꼬박꼬박 쓴 적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10년 일기장을 쓰면서 달라진 점 중에 하나는 나의 감정 중에 특히 부정적이거나 슬픈 감정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쓰려고 노력했다.

한 칸에 적을 수 있는 문장의 수가 제한적이라서 나의 감정을 다 쏟아내기엔 부족한 공간이었다.

10년 일기장을 사용하기 전에는 주로 일기장을 내 감정, 특히 나쁘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쏟아내려는 용도로 많이 사용됐다.

10년 일기장에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을 길게 (위아래 칸까지 다 사용하면서) 쓰다 보면 본의 아니게 다음 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그 일기장을 10년 동안 다 채울 때까지 그 감정이 해당 페이지에 박제돼서 그 페이지에 일기를 쓸 때마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읽고 다시 기억하게 돼버리는 단점이 있었다.

분명.. 그때의 그 감정 때문에 나는 힘들었을 테지.. 그러니까 일기장에 적어겠지..

그 감정 역시 그때의 나의 모습이다.

그러나 일기장에는 해당 감정에 대해 5W, 1H 정도의 아주 간략한 내용만 적는다.

무엇 때문에, 누구 때문에, 왜 힘든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등등..

그 정도만 적어놔도 나중에 읽을 때 그때의 이슈가 떠오르기에 충분하다.

나를 힘들게 한 그 감정들은 일기장 대신에 연습장 하나를 구해서 거기에 적는다.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하는 연습장에 감정의 찌꺼기들을 맘껏 쏟아낸다.

남 흉도 보고, 욕도 쓰고...

길게 길게 원 없이 내 감정과 상태에 대해 열심히 써내려 간다.

다만 그 연습장을 다 쓰게 되면 버리면 그만이다.

 

매일 크게 다를 것 없는 나의 평범한 일상은 매번 기록할 만한 특별한 감정이나 이벤트가 많지는 않다.

너무나 평범하고 반복적인 일상에 대해 일부러 간략하게라도 일기장에 적는다.

그때 당시엔 너무 평범한 일상이지만 5년 뒤, 10년 뒤에 읽어보면 그 일상이 현재의 매일매일 하루와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자주 만났던 지인들 부류가 달라지고, 자주 찾아갔던 동네를 더 이상 찾아가지 않고, 취미가 달라지고,

관심사가 달라지고..

너무나 평범해서 나조차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그 당시의 하루 일과들을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오히려 새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소소한 행복..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라고 느끼기도 한다..

어떤 날에는 별 내용 없이 친구 아무개와 어디에서 만났는데 하루 종일 같이 크게 웃었다..라는

문장 하나만 적혀 있을 때도 있다.

나중에 그 단순한 한 문장 덕분에 그 친구가 보고 싶고 감사함을 전하고 싶어 진다.

 

그래서 매일은 아니더라도 자주 그리고 단 한두 문장이라도 일기를 쓰려고 노력한다.

정 쓸 내용이 없으면 무료해 보이기까지 하는 하루 일과를 시간 순으로 간략하게 일과표처럼 나열해서 기입한다.

혹은 그날 일어난 세계적 이슈, 국내 이슈, 날씨, 유명인의 사망 소식 등.. 외부적인 내용을 기입하기도 한다.

 

지금은 두 번째 10년 일기장을 3년째 쓰고 있다.

 

2025.01.28 - [일상] - 10년 일기장 3번째 구매

 

이번엔 다른 친구가 내가 10년 일기장을 다 채운 걸 알고는 감사하게도 선물해줬다.

첫 번째 10년 일기장을 다 채운 후에는 노트북으로 일기를 작성할 계획이었다.

10년 일기장처럼 같은 페이지에 칸을 10개 만들어서 파일로 저장하는 형태로 말이다..

사실 파일로 만든 일기장을 며칠 사용하고 있을 때 친구에게서 선물을 받게 됐다.

그래.. 펜으로 못난 글씨체를 종이에 더 채워보자..

이번 일기장은 작은 다이어리 사이즈..

덕분에 더 작아진 글씨로 채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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