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가루약 먹이기- 필건
우리 집 고양이는 천식약을 몇 년 동안 먹고 있다.
습식사료에 가루약을 섞어줘도 잘 먹었던 녀석이다.
그러나 이번에 처방받은 약은 웬일인지 먹기를 거부했다.
생각해보니 이번 약을 처방 받을 때 수의사 쌤이 다른 제약사 약(같은 성분)으로 처방하겠다는 말을 언뜻 한 듯하다.
몇 년 동안 가루약을 별 탈없이 먹었기에 수의사 쌤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새 가루약이 엄청 쓴 모양이다.
첫날엔 가루약이 섞인 습식 사료 뿐만 아니라 (약이 들어 있지 않은) 물기가 있는 모든 종류의 사료를 거부했다.
심지어 츄르마저도..
건사료 조금 겨우 먹는 정도..
쓴 약에 많이 놀랐던 모양이다.
가루약을 환으로 만들어서 먹이기 시도.
물엿의 점성을 이용해서 가루약을 둥글게 뭉친다.
이것도 실패..
몇 년 전에는 이 방법이 통했다.
이제 녀석은 온 힘을 다해서 혀로 환을 내뱉거나 거품으로 약을 토해낸다.
며칠 동안 약을 못 먹여서 걱정이 됐다.
결국 필건과 공캡슐을 사기로 결정.
처방받는 동물병원은 집에서 조금 멀기도 하고, 구하기 어려운 제품들도 아니고 해서
집 근처 작은 동물 병원을 방문했다.
그곳에서는 필건만 판매했다.
가루약을 담을 공캡슐을 구하기 위해 동네 약국들을 방문..
인터넷에서는 공캡슐을 판매하는 약국도 있다는 글을 봤는데 우리 동네는 없네..
대학병원 근처 의료기 상사와 약국까지 방문했다.
의료기 상사에서는 공캡슐을 판매하지만 한 사이즈만 판매한다고 한다.
내가 간 날에는 그마저도 재고가 없다고 한다.
아마 재고가 있어도 성인용 사이즈일 듯했다.
혹시나 해서 처방받는 동물 병원에 문의했다.
캡슐 한 개당 50원에 판매를 한다고 한다.
인터넷에 비하면 많이 비싼 가격이지만 지금 당장 약을 먹여야 해서 소량만 우선 구매했다.
동물병원에서는 다양한 사이즈의 공캡슐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제일 작은 용량(150mg)을 선택.
구매 후에도 원한다면 다른 사이즈 캡슐로 바꿔준다고 한다..
집에서 멀더라도 원래 다니던 동물 병원으로 바로 찾아갈 걸..;;;
괜히 여기저기 헤맸다..
필건으로 약을 먹인 지 이제 4일째..
이렇게 쉽게 약을 먹일 수 있다니..
필건(pill gun)...신세계다..
물론 우리 냥이님은 여전히 스트레스받으신다.
녀석의 눈치작전과 약 거부 스킬도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그래도 필건을 이용한 약 먹이기가 제일 쉽다.
2023.01.21 - [일상] - 고양이 가루약 먹이기 1년 후_pill gun

1. 가루약을 캡슐에 담기.
가루약 봉지를 사선으로 자른다.
(사진 속 빨간 선 처럼..)
봉지를 비스듬하게 기울인다.
캡슐 구멍이 작다 보니 한 번에 확~ 쏟아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천천히 담아야 한다.
위 방법으로 약을 담으면 가루가 캡슐 밖으로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

2. 필건에 캡슐을 꽂는다.
그리고 물을 담은 주사기를 준비한다.
3. 거부가 심한 고양이를 큰 수건이나 얇은 담요로 감싼다..
우리 집 냥이는 얼굴 빼고는 담요로 온 몸을 감싸야 녀석의 반항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일반 사이즈 수건으로 감싸봐야 녀석의 몸부림을 감당할 수가 없다.
4. 한 손으로 고양이 입 양쪽을 살짝 눌러서 입을 벌리게 한다.
(얼굴을 심하게 좌우로 흔들며 저항하는 것도 최소화할 수 있다.)
5. 나머지 한 손에 든 필건을 고양이 입에 깊숙이 넣고 재빨리 쏜다.
바로 고양이 입을 손으로 닫는다.
고양이가 입을 벌려서 토해 내려는 걸 막기 위해서다.
목을 아래로 쓰다듬어서 캡슐을 삼킬 수 있도록 한다.
우리 집 녀석은 필건을 쏘고 물을 주려 잠시 입을 잡은 손을 살짝 풀면 캡슐을 혀를 이용해서 다시 뱉으려 한다.
아마도 아직은 내가 입 속 깊숙이 필건을 넣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필건을 쏘자마자 입을 손으로 닫고
목을 쓰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
6. 주사기의 물을 입에 주입한다.
물을 삼킴으로서 캡슐이 완전히 삼켜지도록 하기 위해서.
주사기의 물은 고양이 입 끝 쪽으로(송곳니 뒤쪽 틈 사이로) 살짝 넣어서 조금씩 주입을 한다.
주사기 방향은 고양이 목구멍 쪽이 아니라 주사기를 넣은 입의 반대 방향 천장(위쪽으로)을 향해 쏴야 한다.
목구멍 쪽으로 주사기가 향하면 물이 기도로 들어갈 수 있다.
7. 보상으로 간식(츄르)을 준다.
필건 사용법이나 공캡슐에 가루약을 담는 방법은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필건을 사용 시 중요한 포인트는 빠르게, 입안 깊숙이, 물 주입인 듯하다.
입을 벌리게 한 후에 망설이지 말고 재빨리 필건을 입안 깊숙이 쏴야 한다.
캡슐 삼키기는 한두 번 시도만에 성공해야 한다.
캡슐이 고양이 침에 닿으면 흐물흐물해져서 녹게 되어 사용할 수가 없다.
동물병원에 문의하니 요청을 하면 가루약을 캡슐에 담아준다고 한다.
개당 천 원 전후의 조제비용이 추가..;;;
그냥.. 집에서 가내수공업으로 약 먹일 때마다 캡슐에 담아야겠다.
조금이나마 편하게 삼킬 수 있을까해서 작은 사이즈의 캡슐을 구입했다.
약 용량이 얼마 안되는 줄 알았는데 150mg 짜리 캡슐에 약이 꽉 찬다..
200mg 정도 사이즈 캡슐로 인터넷에서 구입해야겠다.
(캡슐 또는 알약 사이즈가 너무 크면 필건에 꽂는 게 힘들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필건도 비상용으로 1,2개 추가로 주문할 예정..